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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책방] 오월의 푸른하늘 2020년 소통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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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열풍에 이어 게스트하우스와 책방을 결합한 형태인 북스테이가 인기입니다. 책과 함께 호젓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어 가족 단위 혹은 친구와 함께 번잡한 도심을 떠나 쉬고 싶을 때 북스테이를 추천합니다. 옛 한옥을 새롭게 단장한 오월의 푸른하늘은 주인이 읽은 책들을 큐레이션한 책방으로 독서모임 등의 대관도 가능하며 앞마당에서 시골마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북스테이 공간입니다. 한옥을 가정식 서점으로 꾸민 정감 가득한 공간에서 주인장이 선별해 고른 문학 분야의 책과 그림책, 중고도서를 만날 수 있으며 5천원의 이용료는 책을 구입하면 돌려줍니다.

독립서점에 이어 북스테이 열풍

책장에 첫 장이나 소개글만 읽은 책이 빼곡한 사람이 많습니다. 책 보는 일을 즐기고 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는 이들도 책 대신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에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지요. 집을 나서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 후에야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면, 이는 공간이 독서에 미치는 힘을 보여줍니다. 집을 놔두고 굳이 북스테이를 찾는 책 애호가가 늘어났다는 사실도 독서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증명하고요.

자신만의 여행을 가는 이들이 선호하는 곳 중 하나가 독립책방 혹은 북스테이입니다. 두 곳을 겸하는 곳도 많습니다. 맘에 쏙 드는 책을 여행지에서 만나는 일은 일상에서는 찾기 힘든 기쁨입니다. 고즈넉한 시골책방에서 책과 더불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오월의 푸른하늘을 추천합니다.

한때 수도권의 곡창지대로 유명했던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은 이제 각종 물류센터가 즐비한 산업단지로 변모했습니다. 이곳은 책방지기 레오(최린) 씨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거주하던 한옥으로 오랜 노력 끝에 2018년 3월에 책방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옛집을 허물지 않고 더 많은 노동력을 쏟아부어 서재 같기도 하고 응접실 같기도 한 정감 가는 공간이 태어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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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위한 문화공간을 꾸리다

오월의 푸른하늘을 지키는 레오 씨는 아직 20대의 청년입니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즐기기 시작한 지 이제 6년이 넘었습니다. 외로운 유학 시절 벗이 되어준 책 덕분에 나날이 독서를 즐기게 되었고, 지역에 문화독서공간이 없다는 사실에 고민하다 어엿한 책방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천시에는 두 곳의 ‘문고’가 있을 뿐,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언젠가 돌아와 살고 싶은 곳에 책방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구석구석 신경을 많이 썼는데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서 찾아와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블로그나 인스타에는 ‘북카페’로 많이 소개하시던데 음료를 판매하지 않으니 카페가 아니라 책방입니다. 이용료를 내면, 책을 무한정 읽으실 수 있고 커피도 내려드려요.”

레오 씨는 한국에서 건축을 공부하다 일본으로 건너가 지역학을 공부했습니다. 직장도 잠깐 다녔지만 조직생활이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책방을 직접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지역의 균형적인 문화 발전이란 측면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다양한 주제의 영화를 상영하는 곳도 드물고, 도서관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다른 나라가 그토록 칭찬하던 대한민국의 모습은 단지 ‘서울’이었다는 것을, 이천의 현실을 보며 그는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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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아이들이 뛰어놀던 공터가 원룸촌으로 바뀌고 그 옆으로 트럭이 쌩쌩 달리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역 문화 발전을 스스로 실천하기 위해 선택했고 꾸준히 잘 꾸려간다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본만 해도 작은 마을에도 반드시 책방이 있거든요. 폐가로 남는 것보다 의미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설득했더니 가족들도 흔쾌히 도와주셨습니다.”

레오 씨의 아버지가 건축회사에서 근무했고 어머니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이기에 큰 비용 없이 온 가족이 힘을 합쳐 한옥을 리모델링해 책방을 열 수 있었습니다. 노동력으로 인건비를 대신하고, 재봉틀 등 집기를 재활용해 테이블을 만들어 재료비조차 거의 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운영자이자 책방지기로서 그가 구현하고 싶었던 것은 각자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부모도 아이들도 집중할 수 있는 도서관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독립된 마당을 조성했습니다. 방해되는 요소를 배제하고 아이들도 책방 내부에서는 조용히 하도록 교육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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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읽은 책만 서가에 비치해 판매

책방의 이용료 5천원을 내고, 원하는 만큼 책을 읽거나 필사하거나 심지어 촬영을 해도 상관없는 것이 이곳의 매력입니다. 현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2시간까지 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지만 원래는 시간 제약이 없습니다. 비치된 모든 책은 책방지기가 미리 주문해 읽고 책방에 어울리는 책만 선별해 비치한 것입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추천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됩니다.

“신간 20권과 중고서적들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책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책을 엄청 읽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제목으로 현혹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아 내용을 보고 사시라고 비닐을 제거하고 비치해둡니다. 책 한 권 사는 것이 어려운 가정도 많으니 이용료를 내고 이용하면 서로 괜찮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훼손율은 낮은 편이에요. 열람용과 판매용이 따로 없어서 읽은 흔적이 있는 책이 더 좋은 책일 수도 있다고 말씀 드립니다.”

책방의 수익 구조는 책값과 이용료, 그리고 북스테이 비용입니다. 숙박료도 기존의 북스테이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1~2인 6만원, 3~4인 12만원)합니다. 북스테이의 특전이라면, 책방이 자신만의 서고로 변신한다는 점. 밤새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도 먹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문을 연 식당이 없기 때문에 인당 5천원을 내면 조식도 제공합니다. 구옥이라서 난방이 완벽하지 않고 침낭이 제공되는 게스트하우스형 숙소라서 저렴하게 책 여행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나 청년들도 많이 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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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만끽하는 시골 밤의 정취

책을 친숙히 여기고 책방을 운영하게 된 것은 레오 씨의 부모님이 늘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고, 때로는 아이가 부모의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에도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얼마 전 스테이로 다녀간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아침에 책방에 나오니 식구들이 자는데 아이만 혼자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성인들이 보는 「조선왕조실록」이 재밌다고 얘기하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책방에 또래 남자 아이들이 볼 만한 그림책이 많이 없다면서 추천도서를 꼽아줬습니다.”

책방을 찾는 이가 차츰 늘면서 기고나 강의 요청도 들어오고 독서모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레오 씨는 회원들의 글을 모아서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더 큰 나비효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성실히 책을 읽고 커피를 내립니다.

오월의 푸른 하늘
오월의 푸른하늘
주소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877번길 16
운영시간 운영시간 수-일 13:00~19:00
연락처 031-634-9659
블로그 blog.naver.com/kazuyan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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