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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읽다] 콘텐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말하다 2020년 도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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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콘텐츠의 메커니즘

21세기 최고의 미디어 이론가인 마셜 맥루한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변화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이 도구는 다시 우리를 형성한다(We shape our tools, and then our tools shape us)”는 그의 말은 인류가 만든 라디오, TV, 전화 등의 기술이 인류에게 새로운 문명을 제공하고, 인간의 사고방식과 감성을 재형성한다는 뜻입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대중의 눈을 뜨게 하고 중세의 종교권력을 무너뜨렸듯 기술의 변화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통해 사람의 생각은 물론, 시대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이전까지의 역사에서는 플랫폼을 차지하는 것이 곧 권력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시장을 만들고 운영원칙을 정하면 모든 사람들은 그 룰에 의해 거래를 하게 됩니다. 시장이 형성되면, 그 후에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이 모이고 여기에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사업자는 시장을 지배해 왔습니다. 17세기 동인도 회사는 아시아와의 무역 독점권을 기반으로 성장하였고, 카네기 철강회사는 철도를 깔아 부를 축적하였으며,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확보함으로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규모를 키웠습니다. 미디어 시장 역시 플랫폼의 역량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과거 신문사는 대량 인쇄된 신문을 전국의 배포망을 통해 하루 단위로 신문을 제공했으며, 방송사의 전파망과 송신기술이 이들의 지위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력은 플랫폼 메커니즘에 의한 것이지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미디어를 보유한 시대

모두가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를 갖고 있는 시대로 바뀌면서 이 구조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80%가 기상 후 15분 이내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80%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스마트폰이라는 발명품이 거꾸로 우리 삶을 지배하는 근원적 독점(radical monopoly)의 현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일찍이 ‘21세기는 첨단의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지구를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의 시대’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오늘날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은 스마트폰이 되었으며, 디지털 노마드를 ‘포노사피엔스’라는 신인류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들은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고방식의 인간형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쌍방향으로 소통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개성이 넘쳐나는 ‘1인 미디어’들이 등장하며 동영상 퍼스트 플랫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유튜브가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문화 데이터 베이스가 되면서 콘텐츠의 경쟁력이 곧 미디어의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유튜브 컬처」의 저자 케빈 알로카(Kevin Alloca)는 “외계인이 우리 지구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구글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유튜브를 보여 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군집한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서는 시대

뉴미디어를 통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는 지속적으로 링크를 만들게 되고, 네트워크의 확장은 미디어를 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조명섭 군은 지난해 KBS의 ‘가요가 좋아’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20대 트롯가수입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그가 부른 ‘신라의 달밤’을 KBS를 통해 시청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생성한 동영상 링크를 클릭해 시청하였고, 거기에 달린 수많은 댓글과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팬덤이 만들어졌습니다. 소위 무경계 미디어가 기존의 경계 미디어를 무력화 시킨 것은 마치 ‘다윗 개미들이 골리앗 미디어를 부수는 미디어 생태계 혁명의 본격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가닉 미디어’의 저자 윤지영(2014)은 네트워크 내의 구성원들이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연결하게 함으로써 콘텐츠의 생명력은 유지된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유기적 네트워크를 새로운 미디어 현상의 시작으로 설명합니다.

‘큰 그릇’의 역할을 하던 미디어는 스스로 그 경계를 무너뜨리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OTT(Over The Top: 온라인 스트리밍을 뜻함) 서비스의 양상입니다. 콘텐츠를 담는 큰 그릇인 미디어는 사라지고, 각 콘텐츠의 역량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웨이브(Wavve), 티빙(Tving)과 같은 OTT 서비스는 기존의 TV 콘텐츠 이용에서 시공간적 제약을 해체했습니다. 가장 큰 양상은 플랫폼의 장벽을 낮추고, 연결에 방점을 두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콘텐츠 플랫폼의 서비스가 콘텐츠를 묶어 제공하는 패키지(package)였다면, 이제는 소비자와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스토어(digital store)로 진화하였습니다. 집에 TV가 없는 Zero TV, 1인 가구 급증, 몰아보기(being viewing)라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가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용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면서 CX(콘텐츠 경험, Content Experience)를 확산합니다. 미디어 기업의 서비스 모델은 ‘연결’ 혹은 ‘네크워크’가 중심축이 되어 발전하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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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짧게, 더 짧게”

최근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위계보다는 자율성,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보다는 수평적 소통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자율성을 가진 콘텐츠 창작자들이 마음껏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대중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발전시켜 나갑니다. 세월에 따라 취향이 바뀌고 있는 만큼 콘텐츠의 문법도 바뀝니다. 이제 콘텐츠의 경제방정식은 하나의 콘텐츠를 반복 활용하는 수준에서 나아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TV, 영화,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동시 다발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각 작품이 퍼즐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이야기 월드’가 드러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콘텐츠 기업은 어떤 도전을 시도하고 있을까요? 완전히 다른 소재를 이야기하는 대신 같은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거나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유행 하고 있는 방식은 콘텐츠의 길이를 짧게 하는 방법입니다. tvN은 ‘금요일 금요일 밤에’ 라는 10분짜리 영상 6개가 이어지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짤막 트렌드에 편승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없앤 엑기스 영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72초 웹드라마, 15초 짜리 영상을 공유하는 틱톡, 유튜브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동영상 시리즈의 ‘애니멀바’ 등이 대표적입니다. 올드미디어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게 이런 콘텐츠는 잘 맞지 않지만 점차 주 소비계층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되고 있습니다.

향유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건네야

미국의 마케팅 저술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콘텐츠는 유일하게 끝까지 남을 마케팅이다(Content marketing is only marketing left)”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비자가 기피하는 내용 대신 소비자가 좋아하고 즐기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브랜드의 숙명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간과하고 기술과 플랫폼에만 의존하여 과거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성공적인 콘텐츠의 변신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콘텐츠의 진화는 향유자와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콘텐츠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이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제공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다수의 공감을 얻어내면 자연적으로 콘텐츠의 인지도와 팬덤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답은 소비자와의 ‘소통’에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산업디자인의 선구자 아낄레 카스틸리오니는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 말을 되새긴다고 합니다. “디자인은 마법이 아니야. 내 주변부터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야. 결국은 일상에 대한 관찰 행위에 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네.”

개인화된 미디어의 등장으로 변화된 미디어 이용자들을 똑같은 대중으로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기업은 그들을 각각의 ‘개인(individual)’으로 이해하고, 소비자와 팬의 관계를 만들면서 그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창출해 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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